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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월세를 잡아라!” 독일도 부동산과의 전쟁

국민 10명 중 6명이 월세살이 치솟는 월세 잡으려 내놓은 ‘월세상한제’가 오히려 더 큰 혼란 초래

등록일 2021년06월16일 00시14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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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3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월세상한제’ 무효 결정과 ‘미친 월세(rent madness)’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집값 상승은 세계 어디서나 뜨거운 감자다. 독일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독일은 자기 소유의 주택에 사는 사람보다 월세로 사는 사람의 비율이 높다.

 

독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자가주택 소유자는 42.1%인 데 비해 월세로 사는 세입자는 57.9%다. 세입자가 더 많은 데는 독일 부동산 시장의 특성이 작용한다.

 

독일은 부동산값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중간에 월세를 올리지 않는 관습이 오래된 데다, 세입자의 권리가 매우 강해 입주 후 웬만하면 장기간 거주가 보장된다. 집을 사용하는 데 별다른 제약이 없기 때문에, 대출을 받고 목돈을 들여 집을 사는 것(buying)보다 월세로 사는 것(living)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문제는 이러한 전통에 큰 파열을 가져올 정도로 지금 월세 시세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래 독일에서도 대학 도시의 집세는 높았고, 매년 물가상승률에 따라 가격이 오르기는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집세 상승 폭은 이례적이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그 예로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가 발표한 독일 내 가장 월세가 비싼 10대 도시는 표1과 같다.

환산해서 보면, 뮌헨에서 약 24평(80㎡)짜리 월셋집을 얻었을 때 내야 하는 비용은 약 1478유로이며, 이는 한화로 약 200만원을 웃도는 액수다. 표에서 가장 낮은 순위인 비스바덴에서도 동일 규모의 집을 위한 월세는 1036유로(약 140만원)가 넘는 금액이 나온다. 여기에 전기요금·수도요금·관리비 등 각종 공과금을 추가하면 세입자가 내야 하는 비용은 훨씬 많아진다.

월급 절반이 월세, 대안은 헌법 불합치

그렇다면 독일 국민은 이러한 고정지출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일까.

 

독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독일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2020년 기준 세후 2084유로(약 282만원)에 불과하다. 물론 도시에 거주하는 이들의 평균 월급이 조금 더 높다고 해도 생활비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문제는 학업의 부담까지 있는 대학생이나,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의 경우 대학이나 직장이 위치한 도시에 집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이다. 그 때문에 월세 급등은 독일에서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며 민심에 민감한 정치권에서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러한 연유로 독일에는 ‘월세제동책’이라는 제도가 있다. 집주인이 월세를 주변 시세의 10% 이상 높게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 제도는 연방법에 해당한다. 즉 독일 전역에 적용된다는 뜻이며, 2015년 6월1일부터 2025년 말까지 시행된다.

 

그런데 최근 문제가 된 제도는 ‘월세상한제’다. 기존의 월세제동책과는 별개의 제도다. 월세상한제는 사민당·녹색당·좌파당이 연합해 발의한 법으로, 연방 차원이 아닌 베를린시에만 해당된다. 베를린에서 이미 존재하는 월세제동책과 별개의 법안을 새로 발의한 이유는 베를린의 평균 월세가 지난 10년간 2배나 뛰어오르면서 매우 심각한 사회적 논란거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표2 참조)

월세상한제는 지난해 2월23일부터 시행되어 5년간만 유효하도록 설정되었다. 내용인즉슨, 2019년 6월18일 시세를 바탕으로 표준임대료를 정해 세 가지 원칙을 세운 것이다.

 

첫째는 ‘월세 상한 조치(Mietobergrenze)’로, 법 시행 이후부터 새로 체결되는 계약의 경우 법적으로 규정된 표준임대료보다 높은 금액을 받으면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둘째는 ‘월세 제동 조치(Mietenstopp)’인데, 이는 베를린 내 월세를 5년간 표준임대료 수준으로 동결할 것을 요구한다. 어기면 최대 50만 유로(약 6억원) 이상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월세 인하 조치’는 지난해 가을부터 시행됐으며, 이미 체결된 계약상의 월세가 표준임대료보다 20% 더 높으면 다시 낮출 것을 강제한 것이다. 월세제동책 등으로 세입자 보호가 이뤄지던 독일에서도 월세상한제는 상당히 실험적인 시도라는 평가가 많았다.


정부, 구제안 내놨지만 여전히 시한폭탄

이 월세상한제는 초기부터 기본법을 침해한다는 논쟁을 유발했다. 이내 헌법재판소에 넘겨졌고, 지난 4월 무효 판결을 받았다. 그 후폭풍은 거셌다. 일단 월세상한제를 헌재에 넘긴 기민련 소속 연방 하원의원 얀 마르코 룩작의 사무실이 공격받았다.

 

5월5일자 ‘차이트’지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러한 공격이 벌써 네 번째였다. 물론 그 역시 월세 상승에 대한 문제를 모르거나 회피하려는 바는 아니었다. 그는 집세법 전문가로서 월세제동책의 발의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이력도 있다. 다만 그는 제도로서 월세상한제의 효력과 부작용을 의심했다.

실제 월세상한제로 인해 월세를 제대로 못 받게 된 집주인들이 집을 차라리 공실로 두거나 팔려고 함으로써 주택 공급이 50%나 감소했다. 그는 규제를 풀어 좀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정부의 개입은 현존하는 월세제동책으로 충분하다고 봤다.

 

하지만 세입자연합 측에서는 그러한 조치로는 급등하는 월세를 잡을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각종 시위를 하거나 적극적으로 언론에 나와 여전히 월세상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월세에 대한 베를린 시민들의 불안이 극에 달했다는 사실은 헌재 판결 직후 소셜미디어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월세상한제로 인해 이전보다 적은 월세를 냈던 세입자들은 몇 개월간의 차액을 일시불로 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베를린시청에 따르면, 이에 해당하는 시민은 약 37만 명에 육박했다. 심지어 판결이 나고 불과 몇 시간 후 집주인으로부터 수천 유로를 이번 주 안에 지불하지 않으면 퇴거시키겠다는 메일을 받았다는 하소연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따라 베를린 상원에서는 거주 불안에 처한 시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대출안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이 구제안은 월 수입이 최대 2800유로(약 380만원) 이하인 경우 신청할 수 있으며, 투입되는 예산은 대략 1000만 유로(약 136억원)라고 전해진다.

 

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서면서 베를린은 물론 독일 전역 국민의 분노는 초반보다 다소 누그러들었지만, 여전히 언제 또다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거주권’을 보장해 줄 ‘미친 월세 잡기’에 대한 고민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이로스 타임스Y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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